잊는 것, 보지 못하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각하다
저자는 책의 제목인 ‘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이 드러내듯이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세상과 연결된 영화의 의미를 따져보고 있다. ‘풍경’이라는 말은 그 안에 사람과 생명체와 자연과 문명을 품고 있는 세계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미지로 드러나는 영화의 풍경은 그 영화를 탄생시키고 수용하는 세상의 풍경과 얽혀 있다. 이 말을 영화의 풍경은 세상의 풍경을 반영한다고 손쉽게 정리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좋은 영화는 세상을 반영하거나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세상에서 잊는 것, 보지 못하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각하게 한다.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의 모습을 느끼게 도와준다.
영화는 현실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의 모습을 생생한 이미지와 소리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영화는 현실과는 다른 시간의 감각을 제공한다. 우리는 현실에서 미처 감각하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시간, 또는 아직 성취하지 못한 시간”(김혜리)을 재발견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 그 시간이 즐거워서 영화를 보고 또 본다. 그러므로 제목 ‘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은 곧 ‘영화의 시간, 세상의 시간’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대화의 장을 여는 책
문학도 그렇지만 영화도 그것을 즐기고 평가하는 데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 보고 읽고 느끼는 대로 자신이 만난 작품을 평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영화는 뭔가 그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이 책이 그렇게 읽히길 바라고 있다. 아마추어 영화애호가인 저자는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나는 이 영화를 이렇게 봤는데, 당신은 어떻게 보셨나요?’